자생한방병원 vs 자생초한의원[2015후1690 판결]

혹시 ‘자생한방병원’ 들어보셨나요? 박지성 선수가 광고도 했던, 아마 한방 분야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일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오래전부터 상표를 등록하고 영업을 해왔는데 2008년에 동종업계 한의사가 ‘자생초’ 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영업을 했습니다.

이에 자생한방병원에서 ‘자생초’ 상표등록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습니다.

'자생' vs. '자생초'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자생’과 ‘자생초’는 다르다며 자생한방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여러분은 판결문을 보면 잠이 드는 불치병에 걸렸으니 왜 대법원은 ‘자생’과 ‘자생초’는 유사하다고 판단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죠.  
 
흔히 어떠한 두 개의 상표가 유사한지 아닌지는 일반인들은 “딱 보니 똑같네” 라고 느낌적인 느낌에 의해서 판단할텐데요, 법원은 두 개의 상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서 분석을 합니다. 
원칙적으로 법원은 구성 부분 전체의 외관, 호칭, 관념을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사실 자생한방병원은 ‘자생’ 외에도 ‘자생한의원’, ‘자생한방병원’을 상표등록 했는데,
대법원은 ‘한의원, 한방병원’은 판단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생’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왜 ‘자생’과 ‘자생초’가 유사하다고 보았느냐?

대법원은 ‘자생초’에서 ‘초’ 부분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초’는 풀을 의미하는데 한의학에서 쓰는 약재를 연상시키므로 ‘자생’부분과 비교해서 큰 비중이 없고, ‘자생초’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자생’과 ‘초’를 단순히 연결시킨 것 이상의 의미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결국 두 상표 모두 핵심적인 부분은 ‘자생’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법원에서는 ‘자생초’ 상표 등록을 무효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이 풀 말고...

어떠세요? 여러분이 판단하기에도 ‘자생’과 ‘자생초’는 유사한가요?
비슷하지 않다고 판단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처음부터 잘못 판단한 것이었을까요?

이번 사건에서 자생한방병원이 전국적으로 명성이 있는 병원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생초 한의원이 자생한방병원의 명성을 이용할 목적으로 상표 등록 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을 수도 있구요.

하나의 판결이 나오기 위해서는 굉장히 여러가지 요소가 고려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면서
또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