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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폭행죄 혹은 정당방위 무죄, 그 기준은카테고리 없음 2020. 8. 26. 12:48
직장에서 퇴근하고 시원한 술 한잔하는 것은 대다수 직장인들의 피로회복제일 것입니다. 힘들었던 것도 날려버리고, 기분 전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분을 풀기 위해 마련한 술자리가 때로는 과해 지거나 과격해지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함께 한잔하고 있는 지인, 동료와 한두 마디 말다툼을 이어나가다가 혹은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 등의 이유로 주먹이 오가기도 합니다.
당사자끼리 때리고 맞고를 주고받았다면 쌍방폭행죄 성립이 당연합니다. 폭행의 정도가 비슷하다면 신고하지 않거나, 혹은 신고가 들어갔더라도 각 당사자 모두 상대방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식 사건으로 입건되지는 않습니다.
쌍방폭행죄는 결국 당사자 모두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정식 형사 사건으로 입건 시 서로에게 불리한데요. 그럼에도 당사자 모두가 서로를 폭행죄로 신고하고, 한쪽에서 쌍방폭행이 아닌 정당방위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선제공격으로 인해 본인을 방어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안에 놓였을 경우 재판부는 한쪽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는지, 혹은 상호 간 폭행이 있었는지 따져서 판결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정당방위에 해당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폭행죄부터 짚어보아야 합니다.
폭행죄란?
사람을 때리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사람을 때리는 것은 법률 질서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이므로. 형법에 의하여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법에서 말하는 '폭행'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폭행'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인 편입니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혹은 신체를 향한 '불법의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이때 유형력은 쉽게 고통을 주는 물리적 힘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고통을 주기 위해 힘을 행사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고통'은 상대방의 신체에 주먹, 발 등을 이용하여 압력을 가하는 행위, 즉 직접적인 신체 접촉과 아픔이 있는 행위 외에도 다양하게 인정되고 있는데요. 실제 판결에 의하면, 상대방에게 리모컨을 던지거나, 상추를 던지고 찻물을 뿌리는 행위,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상대방 귀에 고함을 지르는 행위, 물 뿌리는 행위도 폭행죄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위의 행위 등으로 사람의 신체를 폭행한 행위가 인정되면 형법 제260조 1항에 의거하여 최대 2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오백만 원 이하의 재산 형벌을 받게 됩니다. 만일 맞은 상대방이 본인 혹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인 경우 동조 2항에 의거하여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700만 원의 재산형을 받게 됩니다.
만일 폭행으로 인해 사람이 다쳤다면 상해 정도에 따라 일반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 혹은 중상해죄에 적용될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폭행하거나, 가위, 화분과 같이 위험한 물건을 던지는 경우 특수폭행죄로 인정되어 일반 폭행죄보다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폭행죄는 신체를 때리는 행위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힘을 가한 것만으로 성립이 되는 범죄인 것입니다.
KBS 뉴스 중 일부, 강도에게 공기총을 쏜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사건.
쌍방폭행? 정당방위?
우리 법에는 부당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즉, 싸움 과정에서 상대방의 폭행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였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립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신이 현재 부당한 침해를 받은 사실이 있어야 하고, 본인 혹은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행동이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행위가 부득이하여야 합니다. 나를 방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한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정당방위가 인정될까요? 최근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사건은 대전의 한 학원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자녀의 학부모였던 B씨는 학원에서 자신의 자녀가 다른 원생에게 맞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사 A씨는 B씨에게 시비를 거는 말투를 사용하였고, 이에 격앙된 B씨는 A씨의 얼굴 부분과 왼팔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고, A씨는 이에 저항하며, B씨의 왼쪽 어깨를 밀치고, 양쪽 팔을 수회 때렸습니다. B씨는 이 상황을 문제 삼아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부당하거나 불법적 공격을 받았을 때 그걸 방어하는 행위가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라며 "A씨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소극적 저항수단 즉, 정당방위"였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즉,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는 정당방위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 법원은 정당방위 인정에 인색한 편이었습니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지금까지 정당방위를 인용한 대법원의 사례는 총 14건에 불과하며, 2,000년대에 들어서 선고된 사례는 5건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경검찰의 불법체포에 대항하여 상해를 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당방위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이 조금씩 소극적 방어행위를 받아들이고 있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사건 내용에 따라 정당방위에 대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폭행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 억울하게 쌍방폭행죄에 연루되었다면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심도 있는 법률적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